국내외 전문약사 제도는 보건의료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더욱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전문약사는 기본적인 약학 지식을 넘어 특정 임상 분야나 실무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약사로, 국가별로 교육 방식과 인증 절차, 직무 활용도가 크게 다르다. 이 글에서는 국내 전문약사 제도의 특징을 정리하고, 미국·유럽 등 해외 시스템과 비교해 차이점과 발전 방향을 분석한다. 전문약사 제도를 이해하려는 약대생, 현직 약사, 병원 관계자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이다.

국내 전문약사 교육 체계
국내 전문약사 제도는 비교적 최근에 본격적으로 정착되기 시작했으며, 대한약사회와 전문약사회가 중심이 되어 교육 및 인증 체계를 운영한다. 한국의 전문약사 교육은 임상약학을 기반으로 하여 종양약학, 감염약학, 중환자약학, 영양약료 등 다양한 세부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국내의 가장 큰 특징은 병원약사의 실무 필요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며, 교육 프로그램이 병원 현장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문약사 교육과정은 관련 분야의 기본 지식, 최신 가이드라인 이해, 사례 기반 실무 학습 등으로 구성되어 최소 일정 이상의 교육 시간과 수련 기간을 요구한다.
또한, 국내 교육 체계는 실무 능력 강화를 강조하며, 병동 회진 참여, 처방 검토 과정, 임상 모니터링 등 직접적인 실무 경험을 평가 요소로 포함한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교육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제도적 의무성도 강하지 않아 현업에서 전문약사 자격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전문약사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교육기관 확대, 실습 강화, 표준화된 교육 도입 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국내 약사 역량을 국제 기준에 맞추기 위한 중요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해외 전문약사 인증 방식
해외의 전문약사 인증 과정은 매우 체계적이며, 특히 미국의 Board Certification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BPS(Board of Pharmacy Specialties)를 통해 종양약학, 감염약학, 정신약학, 심혈관질환 등 10개 이상의 전문 분야에서 인증 시험을 운영한다. 미국의 전문약사 인증은 단순히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임상 판단 능력과 약물치료 관리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평가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대부분 최소 1~2년의 레지던시(PGY-1, PGY-2) 수련을 거쳐야 하며, 수련 과정 자체가 매우 고강도임이 특징이다.
유럽은 국가별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으나, 임상약학 중심의 전문화 교육이 널리 이루어져 있다. 영국의 경우 병원약사는 임상 기반 단계별 교육 시스템을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며, 암약료, 노인약료 등 특정 분야에 대한 고급 자격 과정도 마련되어 있다. 또한, 호주·캐나다 등은 전문약사 제도가 의료 시스템과 연계되어 있어 전문약사 자격을 보유하면 임상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해외의 공통된 특징은 전문약사 자격이 의료기관 내 역할 확장과 직무 독립성을 직접적으로 강화한다는 점이다. 이는 약사가 단순 조제업무를 넘어 치료계획 수립, 약물 모니터링, 환자 교육 등 핵심 의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반면, 한국의 경우 인증제도는 존재하지만, 병원 운영 구조 내에서 전문약사 역할이 법적으로 강하게 보장되지는 않는다.
국내외 전문약사 제도 차이
국내외 전문약사 제도는 큰 틀에서는 유사해 보이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에서는 여러 차이를 보인다. 첫째, 교육과 수련 기간에서 차이가 크다. 미국은 수련 중심 의료 환경을 기반으로 약사에게 2년 이상의 임상 수련을 요구하지만, 한국은 실무 연계 교육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정규 수련 과정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이는 전문약사 자격의 인증 강도가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전문약사의 법적 지위와 역할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영국 등은 전문약사가 특정 환자군에 대해 독립적으로 약물 치료 계획을 수립하거나, 진료팀 회의에 정식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다. 반면 한국은 전문약사의 역할이 필요성은 인정받지만, 법적 권한이나 책임 범위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전문약사가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완전한 임상 파트너로 자리 잡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
셋째, 전문약사 자격의 활용도에서도 명확한 차이가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전문약사 자격이 채용, 승진, 연봉 등 경력 경로에 직접 반영되며, 전문약사가 배치된 병동의 치료 성과가 높다는 연구도 많다. 반대로 한국은 제도 정착 단계에 있어 전문약사 자격이 실질적 인사 기준으로 적용되는 경우는 아직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 병원평가제도 개선, 전문약사 법제화 논의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전문약사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다.
국내외 전문약사 제도는 공통적으로 약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교육 방식과 인증 절차, 실무 활용도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해외는 체계적 수련 시스템과 법적 권한이 뒷받침된 반면, 국내는 제도적 기반을 확장해 나가는 단계다. 앞으로 한국이 국제적 기준에 맞는 전문약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련 강화, 역할 법제화, 실무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 전문약사에 관심 있는 약사 및 약대생이라면 지금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