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산업의 발전은 개별 기업들의 꾸준한 연구와 혁신 노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은 한국 제약산업의 기틀을 다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세 기업의 창립 배경, 성장 과정, 연구개발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중심으로 한국 제약산업의 발전사를 살펴봅니다.

유한양행: ‘정직과 신뢰’로 성장한 국민기업
유한양행은 1926년 고(故)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한국 최초의 근대적 제약회사로, 한국 제약산업의 시작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의 이윤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하며 제약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해방 이후 유한양행은 항생제, 비타민, 소화제 등 국민 건강을 위한 필수 의약품을 국산화하면서 국내 의약품 자급률을 크게 높였습니다. 1960~70년대에는 미국 머크(MSD)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현대적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고, 품질관리 기준을 강화하며 한국 제약의 품질 혁신을 주도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 유한양행은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하며 혁신 제약사로 거듭났습니다. 특히 2015년에는 얀센과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2020년대 들어서는 항암제·면역질환 치료제 중심으로 R&D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한양행의 ‘신뢰 경영’은 제약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문화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종근당: ‘끊임없는 도전’으로 기술력을 쌓다
1941년 설립된 종근당은 해방 직후 혼란스러운 시기에도 의약품 자급화를 목표로 성장해온 대표적인 제약기업입니다. 창업주 이종근 회장은 “국민 건강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신념 아래, 의약품의 품질 향상과 연구개발에 집중했습니다.
1950~60년대 종근당은 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등 항생제 생산에 성공하며 전염병 퇴치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비타민제 ‘비타500’, 위장약 ‘케이캡정’ 등 국민 건강에 밀접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시장의 신뢰를 얻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종근당은 제네릭에서 혁신신약으로의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특히 ‘케이캡정’은 국내 개발 30호 신약이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중국·동남아 등 여러 국가에 수출되며 글로벌 의약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종근당은 2020년대 들어 바이오의약품, 유전자치료제 등 미래 기술에 투자하며 R&D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종근당의 성장 배경에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독자 연구소를 세우고, 해외 기술협력보다는 자체 개발로 승부한 결과 한국 제약사의 기술 자립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한미약품: 기술수출로 세계를 놀라게 한 혁신기업
1973년 설립된 한미약품은 비교적 젊은 기업이지만,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이끈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창립 초기부터 ‘연구 중심 제약회사’를 표방하며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투자하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쳤습니다.
1990년대 후반 한미약품은 고혈압 치료제, 당뇨병 치료제 등 신약개발에 집중하며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굳혔고, 2000년대 들어서는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통해 세계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2015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Sanofi)와의 5조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은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한미약품은 또한 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기술 ‘랩스커버리(LAPSCOVERY)’를 통해 글로벌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기술은 약물의 체내 지속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 복용 편의성과 치료효과를 동시에 향상시켰습니다.
오늘날 한미약품은 항암제, 면역질환, 대사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며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입니다. 기술수출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병행함으로써 ‘K-바이오 글로벌 확장’을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의 역사는 곧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사입니다. 세 기업은 각기 다른 경영철학과 전략으로 산업 발전에 기여했지만, 공통점은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과 ‘국민 건강을 위한 사명감’입니다. 이들의 노력은 오늘날 한국 제약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결정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세 기업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혁신이 한국 제약의 미래를 밝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