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산업은 단순히 약을 제조·판매하던 시대를 넘어, 혁신적인 신약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국가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1920년대 작은 제약소에서 시작된 한국 제약회사는 100년의 세월 동안 수많은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며 오늘날 K-바이오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 글에서는 신약개발, 연구개발(R&D), 글로벌화를 중심으로 한국 제약회사의 100년사를 살펴봅니다.

신약개발: ‘복제약’에서 ‘혁신신약’으로
한국 제약산업의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제약회사는 대부분 외국 제약사의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단순 제조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방 이후인 1950년대에는 국내 기술로 의약품을 생산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고, 1960~1970년대에는 항생제와 해열진통제 등 기초의약품 중심의 국산화가 이루어졌습니다.
1980년대는 제약산업이 본격적인 성장궤도에 오른 시기입니다. 정부의 의약품 산업 육성정책과 함께 복제약(제네릭) 시장이 확대되면서 많은 제약사들이 설립되었습니다. 이 시기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등 주요 제약사들이 연구소를 세우고, 자체 기술개발을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이후, ‘복제약 중심 구조’는 한계에 부딪혔고 ‘혁신 신약’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1999년 한미약품이 국내 최초로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며 한국 제약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이후 다수의 신약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2010년대에는 셀트리온, LG화학, 대웅제약 등이 바이오의약품,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K-신약 시대’를 열었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신약개발 역량을 인정받는 국가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산기술을 넘어, 분자 설계·임상시험·글로벌 특허관리 등 전주기 기술력을 확보한 결과입니다.
연구개발: R&D 투자와 기술혁신의 역사
한국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연구개발(R&D)’에서 비롯됩니다. 초기에는 외국 기술에 의존했지만, 1980년대 이후 자체 연구소 설립이 본격화되며 독자적인 연구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유한양행은 1983년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장기적 연구 기반을 마련했고, 한미약품은 매출의 20% 이상을 R&D에 재투자하는 전략으로 업계를 선도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생명공학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제약산업은 단순한 화학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바이오 기반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시기 정부는 ‘BT(바이오테크놀로지) 육성정책’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미래산업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결과 바이오벤처들이 급격히 증가하며 연구 생태계가 다층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제약연구에 도입되며 R&D의 효율성과 정확성이 향상되었습니다.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가상임상시험(Virtual Clinical Trial) 등이 실제 연구에 활용되며 신약개발 기간이 단축되고 있습니다.
한국 제약회사는 이제 ‘연구 중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단순한 의약품 제조업이 아니라, 기술혁신과 데이터 기반 연구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제약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글로벌화: 기술수출과 해외시장 진출의 역사
한국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해외 의약품을 수입하거나 완제품을 수출하는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기술수출과 글로벌 제휴를 통한 고도화된 모델로 발전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미약품은 다국적 제약사들과 수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았고,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유럽과 미국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했습니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종근당 등도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며 해외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제약산업의 수출기반 강화를 위해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 해외 진출 지원 정책, 글로벌 GMP 인증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20년대 들어 제약산업은 반도체·자동차에 이어 ‘수출 3대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화는 단순한 수출이 아니라 ‘신뢰 기반 협력’의 의미를 가집니다. 각국의 규제 기준을 충족하고,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앞으로 한국 제약회사는 기술력과 신뢰를 무기로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한국 제약회사의 100년사는 단순한 산업의 발전을 넘어, 국민 건강과 과학 기술의 진보를 함께 이끌어온 역사입니다. 초기 복제약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출발해, 연구개발 중심의 혁신형 산업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서기까지 한국 제약산업은 끊임없이 진화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R&D 투자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은 한국 제약회사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