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 제약산업은 의약품 수입 대체와 기초의약품 생산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는 첨단 바이오 기술과 AI 연구개발이 융합된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으로 도약했습니다. 본 글에서는 1960년대와 2020년대 제약산업의 생산력, 기술력, 시장규모를 중심으로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심층적으로 비교합니다.

생산력: 수작업 중심 제조에서 자동화·대량생산 체계로
1960년대 제약산업은 제조 기반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의약품은 외국 기술에 의존했고, 국내 제약회사는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단순 포장하거나 혼합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유한양행, 종근당, 일동제약 등 선두 기업이 등장하면서 항생제, 진통제, 해열제 등 기초의약품 생산이 본격화되었지만, 생산 설비는 여전히 수작업 위주였습니다.
그 당시 약품 제조공정은 소규모 공장에서 이루어졌고, 품질관리는 표준화되지 않았습니다. 생산량 또한 내수 중심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며, 의약품 자급률은 40%를 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제약산업 육성 정책이 도입되면서 점차 산업 기반이 강화되었습니다.
반면 2020년대의 제약산업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첨단 자동화 설비와 로봇 공정이 도입되었고, 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품질관리 체계가 정착되었습니다. 대형 제약사들은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활용해 생산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있으며, AI 기반 예측 생산과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생산량의 증가를 넘어,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고도화된 산업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한국 제약산업은 세계적 수준의 의약품 제조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생산허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기술력: 복제약 중심에서 혁신신약과 바이오의약품 시대로
1960년대 제약기술은 복제약(제네릭) 생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제약사는 외국 제품을 모방하거나 단순 제조에 머물렀고, 자체 연구개발 역량은 거의 없었습니다. 연구소를 보유한 제약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임상시험 체계도 미비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정부가 의약품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기술 중심의 전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기부터 한미약품, 종근당, LG생명과학 등이 신약개발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기술수출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2020년대의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한국 제약회사는 합성신약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항암제, 유전자 치료제 등 첨단 치료제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고, 한미약품은 지속형 주사제 기술(랩스커버리)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후보물질 발굴, 데이터 분석을 통한 임상시험 설계, 디지털 치료제 개발 등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1960년대의 단순 제조 중심 산업이 2020년대에는 데이터·기술 중심의 융합산업으로 완전히 변화한 것입니다.
시장규모: 내수 중심 시장에서 글로벌 수출산업으로
1960년대 제약시장 규모는 매우 작았습니다. 당시 국민소득 수준이 낮았고, 보건의료 체계가 미비해 의약품 소비가 제한적이었습니다. 1965년 기준 제약산업의 연간 시장 규모는 약 300억 원 수준으로, 전체 제조업 중 비중이 1% 미만이었습니다. 의약품의 대부분은 감기약, 소화제, 해열제 등 기본 의약품이었으며, 고부가가치 의약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1970~80년대를 거치며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도입되고, 의약분업과 의료 서비스 확장이 이루어지면서 시장이 점차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990년대 초까지는 내수 중심의 산업 구조가 유지되었습니다.
반면 2020년대에 들어 한국 제약시장은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24년 기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규모는 약 70조 원, 수출 규모는 1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항암제, 백신,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 전략도 다각화되었습니다. 단순 의약품 수출에서 벗어나 기술수출, 공동 연구개발, 글로벌 임상시험 등 협력 모델을 중심으로 진화했습니다. 국내 제약사는 이제 미국, 유럽, 동남아 등 100여 개국 이상에 진출하며, 한국은 아시아 제약 허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처럼 60년간의 변화는 단순한 ‘규모의 성장’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혁신을 의미합니다. 한국 제약산업은 내수 중심에서 기술 수출 중심의 지식 기반 산업으로 완전히 변모했습니다.
1960년대의 제약산업이 ‘생산 중심의 초창기 산업’이었다면, 2020년대의 제약산업은 ‘기술과 데이터 중심의 글로벌 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생산력의 자동화, 기술력의 혁신, 시장규모의 세계화는 한국 제약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핵심 요인입니다. 앞으로 AI, 유전자 치료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기술이 결합되면서 제약산업은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입니다. 60년 전의 ‘약방 산업’이 오늘날 ‘첨단 생명과학 산업’으로 도약한 것처럼, 한국 제약산업은 여전히 진화 중입니다.